드래곤볼 다이마, 토리야마 아키라의 비전을 담은 마지막 작품
드래곤볼 다이마(Dragon Ball Daima)가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총 20화로 구성된 이번 애니메이션은 옛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나 나올 법한 팬들의 소망을 현실로 만들면서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또한, 도에이 애니메이션(Toei Animation)의 뛰어난 애니메이션 기술력을 보여주며, 화려한 액션 장면으로 오늘날의 인기 판타지 시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하지만 다이마의 가장 큰 의미는 고(故) 토리야마 아키라(Akira Toriyama) 작가의 40년 유산을 마무리하는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드래곤볼 다이마, 어디에 위치하는가?
드래곤볼 다이마가 처음 방영되었을 때, 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작품이 드래곤볼 시리즈의 정사(正史, canon)에 어디에 위치하는가, 그리고 어떤 새로운 설정이 추가될 것인가였습니다.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다이마는 드래곤볼 Z의 마인 부우 편 이후, 그리고 드래곤볼 GT 이전의 시점을 배경으로 합니다.
사실 드래곤볼에서 정사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드래곤볼 GT, 드래곤볼 슈퍼(Dragon Ball Super), 그리고 이번 다이마와 같은 작품들은 과거의 사건들을 언급하며 마치 동시 진행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하지만, 결코 정식 후속작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도에이의 재정적 동기나 토리야마 작가의 실험 정신에 의해 만들어진 스핀오프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드래곤볼의 매력은 토리야마 작가가 다양한 “만약에” 시나리오 속에서 그의 캐릭터들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데 있었습니다. 다이마는 작가와 전 세계 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종의 팬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잊혀진 설정을 되살리다
그렇다고 해서 다이마가 정사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토리야마 작가는 드래곤볼 Z에서 악당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가볍게 언급되었거나 잊혀졌던 설정을 확장합니다. 다이마에서는 마계(魔界, demon realm)와 마인(魔人, Majin)에 대한 설정을 확장하면서, 동시에 설정을 살짝 변경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설정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손오공(Goku)이 드래곤볼 초창기에 보여주었던 유쾌하고 마법 같은 모험을 다시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손오공, 피콜로(Piccolo), 베지터(Vegeta)가 어린아이로 변하고, 손오공은 다시 여의봉(如意棒, Power Pole)을 사용하며, 이 세 명은 드래곤볼 초기의 코믹한 분위기와 액션이 가득한 모험을 떠납니다.
완벽한 마무리
다이마의 마지막 회는 큰 영웅적인 순간을 대사 없이 액션으로 가득 채워 보여준 후, 토리야마 작가 특유의 진지하지 않은 개그로 긴장감을 풀어줍니다. 이는 닥터 슬럼프(Dr. Slump)를 그린 작가다운 연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이마의 마지막 회는 만족감과 함께 슬픔을 안겨줍니다. 이제 다음은 무엇일까? 토리야마 작가 사후에 나온 작품이 끝을 맺는 것을 보면서 공허함을 느끼지 않기란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 베르세르크(Berserk)나 강철의 연금술사(Fullmetal Alchemist)와 같은 기념비적인 시리즈를 보는 것은 늘 씁쓸한 경험이었습니다. 토리야마 작가가 없는 드래곤볼 애니메이션을 더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도에이 애니메이션의 입장은 난처할 것입니다.
토리야마 작가 없이 드래곤볼을 계속 이어가는 것은 신성모독과 같은 생각입니다. 다이마는 드래곤볼 프랜차이즈의 마지막 작품이 되어야 합니다. 토리야마 작가가 자신의 대표작이 애니메이션 업계에 퍼뜨린 파워 인플레 논쟁을 잠시 접어두고, 자신의 캐릭터들과 함께 유머와 파괴적인 액션으로 가득한 마지막 모험을 떠나는 작품으로 남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