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정전, 로보택시 ‘로봇 코마’에 빠지다

샌프란시스코를 덮친 정전 사태, 로보택시 대란으로 이어지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San Francisco)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도시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지난 토요일, 샌프란시스코 전체 41만 4천 가구 중 약 30%에 해당하는 12만 4천 가구가 정전으로 인해 암흑 속에 잠겼다고 해요. 하지만 이번 정전은 단순히 불이 꺼지는 것을 넘어, 도시의 도로 위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바로 자율주행 로보택시 (robotaxi) 서비스인 웨이모 (Waymo) 차량들이 일제히 멈춰 서면서 교통 체증을 유발한 것이죠.

도로 위 ‘로봇 코마’에 빠진 웨이모 로보택시

정전이 발생하자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운행하던 모든 웨이모 로보택시들이 마치 ‘로봇 코마’에 빠진 듯 작동을 멈췄습니다. 이 차량들은 교차로를 막거나 도로 한가운데 멈춰 서서 심각한 교통 혼란을 야기했어요. 소셜 미디어에는 정전으로 인해 웨이모 차량들이 도로를 막고 있는 사진과 영상이 다수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한 사용자는 “정전이 웨이모를 고장 냈다”며 멈춰 선 차량들의 모습을 올렸고, 또 다른 사용자는 “고장 난 신호등 앞에서 6대의 웨이모가 도로를 막고 있다. 정전 훈련은 받지 않은 것 같다”고 언급하며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습니다.

웨이모 대변인 수잔 필리온 (Suzanne Philion)은 정전으로 인해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필리온 대변인은 “승객의 안전을 지키고 응급 구조대가 필요한 접근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어요. 하지만 일요일 아침까지도 웨이모 측에서는 차량 운행 재개 여부나 문제의 정확한 원인에 대한 추가적인 발표는 없었습니다.

웨이모의 침묵과 미스터리

이번 사태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웨이모의 모회사인 알파벳 (Alphabet) 측의 공식적인 사후 분석이 나오기 전까지는 추측만 무성한 상황이에요. 기즈모도 (Gizmodo) 측에서는 웨이모에 정전된 신호등을 통과하는 데 문제가 있었는지, 아니면 데이터 수신 또는 전송과 관련된 문제였는지, 그리고 여전히 도로를 막고 있는 차량이 있는지 등을 문의했지만, 답변은 아직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마치 영화 속 아나킨 스카이워커 (Anakin Skywalker)가 로봇 군단의 신경 중추를 파괴하여 모든 로봇이 멈춰버린 상황과 비슷하다는 농담 섞인 추측도 나오고 있어요.

인간 운전자와 로봇 운전자의 예측 불가능한 차이

웨이모와 같은 자율주행 회사들은 도로 위에서 더 안전한 미래를 약속하며, 인간 운전자보다 사고율이 현저히 낮다는 통계를 내세우곤 합니다. 실제로 에어백이 전개된 충돌 사고는 82% 감소했고, 부상으로 이어진 보행자 충돌 사고는 92%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하지만 로봇은 인간과는 다른, 예측 불가능하고 이질적인 방식으로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지난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웨이모 로보택시가 지역 유명 고양이 킷캣 (Kit Kat)을 치어 죽게 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당시 영상에서는 한 사람이 고양이를 차 밑에서 꺼내려 애쓰는 동안 웨이모 차량이 갑자기 출발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어요. 인간 운전자라면 아마 그런 상황에서 출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인간 운전자들은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고 해서 일제히 운행을 멈추고 도로를 막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번 샌프란시스코 정전 사태는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으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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