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오이드 없는 진통제 시대가 열릴까요? FDA, 새로운 진통제 ‘수제트리진’ 승인
미국에서 급성 통증 치료를 위해 흔히 처방되는 오피오이드(opioids)는 강력한 진통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중독과 과다 복용의 위험이 큰 약물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새로운 비(非)오피오이드 진통제인 ‘수제트리진(suzetrigine)’을 승인하면서, 안전한 통증 관리의 새로운 장이 열릴 가능성이 보입니다.
20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진통제, ‘수제트리진’
FDA는 최근 ‘저나브엑스(Journavx)’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될 수제트리진을 성인의 급성 통증 치료제로 승인했습니다. 이 약물은 지난 20여 년간 FDA가 승인한 새로운 종류의 진통제이며, 중독 위험이 없는 최초의 약물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FDA는 이번 승인이 더 안전한 통증 관리법 개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제약회사 버텍스(Vertex Pharmaceuticals)의 급성 통증 운영 위원회 멤버인 제시카 오스왈드(Jessica Oswald)는 “이제 의사와 환자 모두 중독 위험 없이 효과적인 급성 통증 완화를 제공하는 비오피오이드 치료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그녀는 또한 “저나브엑스가 통증 관리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오피오이드와 다른 작용 방식
오피오이드는 통증 신호를 차단하고 행복감을 유발하는 엔도르핀을 방출시켜 중독 위험을 높입니다. 반면 수제트리진은 통증을 감지하는 신경 세포의 나트륨 채널을 선택적으로 차단하여 통증 신호가 뇌에 도달하는 것을 막습니다. 또한 오피오이드와 같은 ‘쾌감’을 유발하지 않아 중독성이 없다고 합니다. 버텍스 측은 수제트리진이 “효과적이고 내약성이 좋은 약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신경학 연구소의 리처드 로젠퀴스트(Richard Rosenquist)는 “현재까지의 모든 증거는 이 약물이 중독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중독 가능성 측면에서 타이레놀이나 이부프로펜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2023년 임상 시험에 참여했던 테르 베린(Terp Vairin)은 코 수술 후 수제트리진을 복용한 후 “정신이 매우 맑았다”고 말하며, 오피오이드 약물과 관련된 졸음이나 메스꺼움과 같은 부작용을 경험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을까?
버텍스의 CEO 레슈마 케왈라마니(Reshma Kewalramani)는 “이번 승인은 역사적인 이정표”라며 “급성 통증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치료 표준을 세울 기회”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수제트리진의 높은 가격(50mg당 15.50달러)은 이 약물이 의료적 잠재력 외에도 실제로 오피오이드의 광범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남깁니다. 앞으로 수제트리진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더 많은 환자들에게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