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 돌아본 영화 “콘스탄틴”
2005년에 개봉했던 영화 “콘스탄틴 (Constantine)” 기억하시나요? 키아누 리브스 (Keanu Reeves)가 주연을 맡았던 이 영화는 버티고 코믹스 (Vertigo comics)를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개봉 당시에는 혹평도 있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니 꽤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쩌면 요즘 나오는 특수 효과 영화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더 좋게 느껴지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
키아누 리브스의 새로운 도전
“콘스탄틴”은 키아누 리브스가 “매트릭스 (Matrix)” 시리즈 이후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였어요. 그래서인지 “매트릭스”의 네오 (Neo)와 콘스탄틴을 비교하는 시선도 있었죠. 세상을 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인류를 구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긴 합니다. “매트릭스”가 종교적인 은유를 담고 있다면, “콘스탄틴”은 성경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종교적인 색채를 더 드러냈다고 볼 수 있어요.
원작과의 차이점
“헬블레이저 (Hellblazer)” 코믹스 팬들은 영화에 불만이 많았을 거예요. 영화는 원작자인 앨런 무어 (Alan Moore)의 참여 없이 제작되었고, 설정도 많이 바뀌었거든요. 배경도 리버풀과 런던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바뀌었고, 금발이었던 콘스탄틴은 흑발의 미국인으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NBC에서 방영된 드라마는 원작에 더 충실했다고 해요.
키아누 리브스의 연기 변신
락스타 스팅 (Sting)을 모델로 한 캐릭터를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다는 소식에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냉소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퇴마사이자 느와르 형사 콘스탄틴을 꽤나 매력적으로 소화해냈어요. 영화 속에서 콘스탄틴은 “신은 개미 농장을 가지고 노는 아이와 같다”는 대사를 내뱉는데, 험프리 보가트 (Humphrey Bogart)도 울고 갈 정도의 냉소적인 태도죠.
콘스탄틴이 그렇게 삐딱하게 구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10대 시절, 그는 천사와 악마를 보는 환영을 멈추기 위해 자살을 시도했고, 그 죄로 지옥에서 영겁과 같은 2분을 보냈거든요. 결국 영원히 지옥에 가게 될 운명이라는 걸 알기에, 키아누 리브스는 씁쓸하면서도 어딘가 심통이 난 듯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흥미로운 설정과 볼거리
영화의 줄거리는 다소 엉성하고 복잡합니다. 운명의 창 (Spear of Destiny), 사탄의 야망에 찬 아들, 레이첼 와이즈 (Rachel Weisz)가 연기한 쌍둥이 자매, 천국과 지옥의 협력 등 다양한 요소들이 얽혀 있죠. 하지만 “맨 인 블랙 (Men in Black)” 스타일의 장비들을 사용하는 콘스탄틴의 모습은 꽤나 흥미롭습니다. 성수를 채운 스프링클러, 십자가가 새겨진 너클 등을 사용하고, 부시 (Bush)의 프론트맨인 개빈 로스데일 (Gavin Rossdale)이 연기한 하프 데몬을 협박하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화려한 조연진
틸다 스윈튼 (Tilda Swinton)은 중성적인 반천사 가브리엘 (Gabriel)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고, 코엔 형제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피터 스토메어 (Peter Stormare)는 루시퍼 (Lucifer) 역을 맡아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샤이아 라보프 (Shia LaBeouf)는 다소 뜬금없는 조연으로 등장하지만, 그의 연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어요.
아쉬운 점과 뛰어난 연출
“콘스탄틴”은 공포 영화로서의 면모는 다소 부족합니다. 지옥의 모습도 “터미네이터 (Terminator)” 속 한 장면처럼 묘사되었고, CG도 지금 보기에는 어색한 부분이 있죠. 하지만 프란시스 로렌스 (Francis Lawrence) 감독의 연출은 돋보입니다. 그는 과장된 앵글과 역동적인 구도를 활용하여 시각적인 재미를 더했습니다.
결론
“콘스탄틴”은 엄청난 명작은 아니지만, 키아누 리브스의 매력적인 연기, 흥미로운 설정, 인상적인 이미지 덕분에 꽤 볼만한 영화입니다. 컬트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며, 키아누 리브스와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이 다시 뭉쳐 속편을 제작한다는 소식도 들려오네요. 속편 역시 전작처럼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입니다. 구원과 재평가를 기다리는 블록버스터들은 아직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