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위키피디아 대항마 ‘그로키피디아’ 공개! 그런데…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위키피디아(Wikipedia)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온라인 백과사전 ‘그로키피디아(Grokipedia)‘인데요. 머스크는 지난 월요일, 그로키피디아가 정식으로 서비스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현재 버전이 “0.1”에 불과하지만, 이미 위키피디아보다 “더 낫다”고 주장했어요.
머스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엑스(X, 당시 트위터)에서 위키피디아 항목을 자주 공유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극우 정치 성향으로 돌아서면서 위키피디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죠. 그는 위키피디아가 좌편향적이라고 주장하며, 최근에는 위키피디아를 ‘워키피디아(Wokipedia)’라고 부르거나, 플랫폼을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 위키미디어(Wikimedia)에 대한 기부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로키피디아, 위키피디아의 ‘복사판’ 논란
위키피디아보다 낫다고 호언장담했던 머스크의 그로키피디아.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당수의 콘텐츠가 위키피디아에서 그대로 베껴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IT 전문 매체 더 버지(The Verge)의 보도에 따르면, 소니(Sony)의 비디오 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 5(PlayStation 5)에 대한 그로키피디아 항목은 위키피디아의 플레이스테이션 5 항목과 단어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해요. 심지어 항목의 목차와 인용된 외부 출처까지 똑같았고, 단지 출처 목록의 순서만 바뀌어 있었다고 합니다.
광범위한 표절 의혹과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이러한 복사 문제는 플레이스테이션 5 항목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표절 감지 서비스인 카피스케이프(Copyscape)를 이용해 그로키피디아의 타이타닉(Titanic) 항목을 확인한 결과, 페이지의 18%, 약 3,600단어가 위키피디아에서 그대로 복사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로키피디아는 플레이스테이션 5 항목 하단에 “이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4.0 라이선스(Creative Commons Attribution-ShareAlike 4.0 License)에 따라 위키피디아에서 각색되었습니다”라는 면책 조항을 추가했습니다. 위키피디아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공공 라이선스(Creative Commons public license)에 따라 게시되므로, 특정 조건 하에 재배포가 가능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내용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이 ‘각색’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인간 편집 vs. AI 스크래핑: 그로키피디아의 정체는?
위키피디아는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기여하고 편집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반면, 머스크의 그로키피디아는 그록 AI(Grok AI)가 콘텐츠를 담당하고 있어요. 많은 경우, 그록 AI가 위키피디아 항목을 통째로 긁어와 그로키피디아 사이트에 붙여넣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은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밀러 효과(Miller Effect), PC-98(PC-98) 등 수많은 그로키피디아 항목이 위키피디아에서 직접 가져온 것이며, 심지어 한 위키피디아 기여자는 자신이 작성한 내용이 그로키피디아에 그대로 복사되어 게시된 것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로키피디아 항목 상단에는 “어제 그록이 팩트 체크함”이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지만, 이처럼 광범위한 복사 사례들을 보면 그로키피디아가 진정한 팩트 체크 도구라기보다는 위키피디아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는 데 그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비판’에서 ‘복사’로? 그로키피디아의 미래
그렇다면 그로키피디아는 ‘좌편향적’이라고 비판받는 위키피디아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일부 정치적으로 민감한 기사들은 우편향적인 시각으로 재작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머스크의 위키피디아 대안 중 상당 부분은 그저 위키피디아 자체의 내용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위키피디아를 비판하며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지만, 그 대안이 위키피디아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그로키피디아가 과연 위키피디아의 진정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