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상 휴가 ‘엔드리스 서머’, 현실의 대안인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해고, 임금 삭감, 혹은 불안정한 고용 상황 속에서 꿈같은 휴가는 그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소수의 부유층만이 호화로운 삶을 누리는 듯한 현실 속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줄 무언가가 간절해지죠.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이러한 갈증을 해소해 줄지도 모릅니다. 뉴욕의 마천루에서 암스테르담의 운하까지, 단 몇 달러만으로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집으로 돌아와 컵라면을 먹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마치 1990년 영화 “토탈 리콜” (Total Recall)의 한 장면처럼 말이죠.

꿈의 휴가를 현실로? AI 앱 ‘엔드리스 서머’의 등장

최근 메타 (Meta)의 한 디자이너가 개발한 인공지능 (AI) 앱 ‘엔드리스 서머’ (Endless Summer)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앱은 사용자의 모습을 기반으로 이국적인 휴가지에서 여유를 즐기거나, 친구들과 쇼핑을 하거나, 세계적인 랜드마크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듯한 이미지를 생성해 줍니다. 단 몇 달러만 지불하면, 마치 실제로 그곳에 다녀온 것처럼 보이는 사진들을 받아볼 수 있는 것이죠.

가상 여행, 얼마나 현실적일까요?

엔드리스 서머는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의 ‘휴가 앨범’을 제공합니다. 30장의 사진은 3.99달러, 가장 큰 패키지인 300장은 34.99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룸 서비스” (room service) 옵션도 있는데요,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매일 아침 자동으로 두 장의 여행 사진이 생성되어 사용자의 피드를 채워줍니다. 마치 “당신이 놓치고 있는 슬픈 현실”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개발자의 의도와 기술적 배경

이 앱을 개발한 로랑 델 레이 (Laurent Del Rey)는 최근 메타의 초지능 연구소에 제품 디자이너로 합류한 인물입니다. 그는 번아웃에 지쳐 자신이 마땅히 누려야 할 ‘소프트 라이프’ (soft life)를 가짜 휴가 사진으로라도 실현하고 싶을 때를 위해 이 앱을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델 레이는 여름 여행에 대한 자신의 애정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고소득층 미국인들이 여행을 독점하고, 전 세계의 노동 계층은 비싼 여행 비용 때문에 꿈을 접어야 하는 현실을 보며 이러한 도구를 구상했다고 해요.

엔드리스 서머는 구글 제미나이 (Google Gemini)의 나노-바나나 (Nano-Banana) 이미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 알고리즘은 지난 8월 출시 이후 이미 2억 장 이상의 AI 생성 이미지를 쏟아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상 휴가, 그 이면의 메시지

이 앱은 분명 좋은 의도로 만들어졌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엔드리스 서머가 사용자들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나아가 잠재의식까지도 거짓된 즐거움과 모험의 기억으로 채우는 “깊이 냉소적인” (deeply cynical) 제품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물론,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휴가를 떠난 것이 언제였나요? AI가 만들어준 가짜 휴가 사진으로 만족해야 하는 현실은 과연 우리가 바라는 미래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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