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발 메모리 가격 폭등, 2026년까지 상승 전망

최근 몇 주간 디램(DRAM) 메모리 가격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는 소식, 혹시 들으셨나요? 특히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 급증으로 인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메모리 시장에 다시 한번 ‘붐-버스트(boom-bust)’ 사이클이 찾아온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 메모리 가격 60% 인상 소식

로이터(Reuters) 통신에 따르면, 메모리 시장의 거인 삼성(Samsung)이 지난 9월 이후 디램 가격을 무려 60%나 인상했다고 합니다. 이는 관련 사정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인데요. 이번 가격 인상으로 인해 스마트폰, 노트북, 데스크톱, 워크스테이션, 서버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컴퓨팅 장치에 사용되는 DDR5 메모리 모듈이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AI 수요가 주범? DDR5의 역할

이번 메모리 부족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AI 인프라 수요 급증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물론 AI 가속기에는 주로 GDDR이나 HBM(고대역폭 메모리) 같은 고대역폭 메모리가 사용되지만, 이러한 가속기가 탑재되는 시스템 자체에는 CPU에 데이터를 공급하고 중간 데이터를 저장하는 시스템 메모리로 DDR5가 필수적으로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모델의 단기 기억을 장기간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키-값 캐시(key-value cache) 등이 여기에 해당하죠.

이번 메모리 부족 사태는 삼성에게는 뜻밖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엔비디아(Nvidia)의 B200 및 B300 GPU에 사용되는 최신 HBM3e 모듈 검증에 어려움을 겪으며 AI 칩 분야에서 경쟁사들에 비해 다소 뒤처져 있었는데요. 이번 DDR5 가격 인상으로 인해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메모리 시장의 ‘붐-버스트’ 주기

메모리 시장은 다른 많은 칩과 달리 상품(commodity) 시장의 특성을 가집니다. 마이크론(Micron), SK하이닉스(SK Hynix), 삼성, 그리고 CXMT, YMTC와 같은 중국의 소규모 업체들까지 모두 제덱(JEDEC)과 같은 표준 기관이 정의한 공통 사양에 맞춰 칩을 설계합니다. 물론 일부 업체가 신기술을 먼저 출시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두 같은 제품을 만든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러한 특성 때문에 메모리 시장은 재고량의 증감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는 주기적인 ‘붐-버스트’ 사이클을 겪습니다. 이러한 사이클은 DDR4에서 DDR5로의 전환과 같은 기술 전환 주기와 맞물려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메모리 업체들은 이러한 전환에 대비하여 생산량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죠.

생산량 조절과 미래 전망

공급이 많고 수요가 적은 시기에는 판매를 유지하고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평균 판매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때로는 칩 제조업체들이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산량을 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요가 갑자기 급증할 경우, 생산량을 다시 늘리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러한 전략이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결국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현재 상황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전례 없는 수요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업체들은 생산량을 늘리기보다는 새로운 공정 및 제조 기술 연구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트렌드포스는 DDR5 가격이 2026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계속해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메모리 구매자들의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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